특별한 인연 그리고 신뢰의 경험

2011.02.21·by 엄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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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300B에 물려 사용하던 스피커를 교체하려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적합한 물건을 찾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진공관 앰프와 빈티지 스피커 전문 수리점이 있어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제 취향과 가격대 등을 고려하여 알텍604-8G를 사용해 보라는 제안을 받고 수소문하던 차에 서병익 오디오의 홈페이지 오디오장터에 나와있던 스피커에 눈에 뛰어 전화로 약속한 후에 방문했습니다.

평소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하지만 음향기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차에 모처럼 전문가를 만난 자리였기 때문에 많은 질문들을 쏟아 냈는데 제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쉬우면서도 소상하게 설명해 주시는 서병익 사장님에게서 진정한 오디오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장 다섯시간 동안 음향기기에 담긴 기술적, 음악적 이야기들을 쏟아 내실 때 그분을 통해 "상인정신"이 판치는 오디오 시장에서 "장인정신"에 투철한 오디오 엔지니어의 진면모를 보는 듯 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제가 평생동안 배워야 할 음향기기에 대한 지식을 그날 하루 동안 다 배운 듯 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목적도 잊은 채 오랜 시간 동안 오디오와 음악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스피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실 그 날 방문할 때는 스피커의 상태를 확인하고 약간의 계약금만 지불한 후 돌아올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준비한 작은 액수의 계약금을 드렸을 때 서사장님께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제게 놀라운 제안을 하셨습니다. "스피커가 마음에 드신다니 저도 기쁩니다. 오늘 오신 김에 스피커 가져 가시고 잔금은 차차 준비되시는대로 보내주시지요?"... 사실 이 말씀을 하실 때 까지도 서사장님은 제가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뭣하는 사람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계셨는데 선뜻 그 귀한 물건을 선뜻 먼저 가져가라고 말씀하셨을 때 저는 약간 멍해지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서선생님은 천상 돈은 못벌 사람같군요"라고 말씀드리니 거저 허허 웃으시더군요. 그제서야 제 신분을 확인해 드리고 염치불구하고 스피커를 가져 왔습니다.

드디어 거실에 알텍 604-8G 스피커를 설치하고 300B 인티앰프를 연결하여 평소에 즐겨 듣던 CD들을 번갈아가며 감상했습니다. 평생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환상적인 사운드가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가며 전율을 일으키는.... 3시간 동안 음악에만 몰입했는데 마치 3분밖에 지나지 않은 듯 시간이 금새 흘렀습니다. 오랜 세월 음악을 들어 왔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스피커 구입에 내심 불편해 했던 아내도 알텍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적인 소리에 반해 "이건 저것보다 소리가 좋네. 잘 선택한 것 같다"고 말해 저도 안심이 되었습니다. 처음 알텍을 추천해 주셨던 동네 오디오 수리 전문점 사장님께 감사 전화를 드렸습니다.

서병익 사장님의 주된 사업인 진공관 앰프가 아닌 스피커 문제로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매우 특별하고도 소중한 인연이 만들어 진 것 같아 좋습니다. 이 작은 경험을 통해 이처럼 서로 신뢰하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당찬 생각도 해 봅니다.  

서병익오디오의 번창과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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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1

  • 서병익 2011.02.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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