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참 부럽다.

2012.10.20·by 오근준
9,747


난 음치다.

한 술 더 떠서 나는 박치다.

이상하게 엇박으로 시작 되는 노래는 정말 어렵다.

30년을 넘게 듣고 또 들었던 조용필의 노래도 내가 직접 부르려면 잘 않됀다.

몇년 전 부터 어렵사리 기타를 배워 보려고 무던히 노력을 했다.

한가지 악기는 다룰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주위에서 흔히 접했던 악기인

기타를 배워 보기로 작정하고 손가락에 피멍이 들도록 열심히 했다.

역시 잘 않돼었다.

도대체 박자를 따를 수가 없다.

쿵짜짜  쿵짜짜  쿵짜가짜가 쿵짜짜~~~

이게 내겐 왜 이다지도 어려운 것이란 말인가?

자신 스스로도 이해가 않가는데 옆에서 보고있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까?

내가 기타를 치며 노래(최성수 동행)를 할라 치면

집사람도 딸래미도 베잠뱅이 방구 새 나가듯 어디론가 가버린다.

그냥 가면 그래도 나은데 어느날은 기어이 한마디 하고 간다.

"여보 그냥 당신 좋아하는 오됴나 틀어 차라리 그게 더 나아 ...."

그 뒤론 절대 기타는 잡지 않는다.

맥없이 기타줄을 다 끊어 목을 부러뜨리고 발로 차고 쓰래기를 만들어 버려 버렸다.

생각 해 본다.

꼭 그렇게 까지 뼈 있는 말을 했어야 했을까?

나도 아는데..... 내가 얼마나 노래 부르는데 소질이 없는지를.....

음악 듣는 것 이외에 내가 좋아하는게 또 하나 있다.

나무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거다.

애가 어렸을 적엔 애 침대를 만들어 주었었다.

지금도 오됴 랙도 직접 만들어 쓰고 탁자도 때론 의자도 뚝딱뚝딱 ....

그렇게 만들어 쓴다.

무지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놓고 쓰면서 괜히 웃는다.

내게는 몇번이고 이사를 다니면서도 버리지 않고 갖고 다녀 주는 찻장이 하나 있다.

투박해 보이는 찻장이지만 그래도 버리지 않는 것이 그나마 고맙다.

아마 그래서 스피커 통도 무리하게 만들었나보다.

1년여에 걸처 만들어 쓰는 저 스피커통....

무려 18장을 켜켜이 안에 홈을파서 아교로 붙이고 붙여 만들었다.

노래는 못 부르지만 꼼지락 꼼지락 손가락을 다쳐가며 끈기있게 만들었다.

순전히 버리지 않고 갖고 다니는 찻장 때문에 그런 용기가 생겼나 보다.

그걸 칭찬으로 생각한 순진한 내가 스스로 대견하다.

"그렇게 볼품없고 조잡한 찻장을 당장 버려"란 말을 진즉에 들었다면

오됴랙도 저렇게 무식하게 무거운(20Kg) 스픽통도 세상에 없었을꺼다.

내 쓰래기가 돼어버린 기타의 운명처럼....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Comments2

  • 서병익 2012.10.21 16:23

  • 오근준 2012.10.22 13:29

결제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