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딸 아이가 제 짝을 찾아 가고 싶다네요.

2013.03.09·by 오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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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군 부모님께 부치는 글.


무엇을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철부지 초보 아빠의 어느 날 아침,

환히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저와 발가락이 똑 닮은 아이가 첫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났습니다.

아이의 탄생 그자체가 제게는 신비로운 축복이었고, 행복 이었으며, 기쁨 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웃는 모습, 우는 모습, 엄마 품에서 쌔근쌔근 잠자는모습, 아장아장 걷는 모습, 옹알대며 구구단을 외우는 모습, 그림책을 읽는 모습, 즐거이 노래하는 모습, 칭얼대며 떼를 쓰는 모습 모습 들....


그 아이는 언제나 혼자서 하는 놀이를 잘도 찿아 놀 줄 알더군요.

형제 자매가 없는 속에서 무엇이던 혼자 찿고, 선택 하고, 결정 하는 아이를 보며 항상 미안한 마음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몇 번씩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도 늘 밝은 모습 이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보며 아빠는 안도하며  스스로를 위로 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속내는 외로움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러다가 최**군을 만났던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함께 하는 것이 많이도 서툴 것입니다.

누구 보다도 채울 것이 많은 비어있는 가슴 그대로를 보내 드리렵니다.


아빠 엄마가 힘겨워 할 때 아빠 엄마를 보듬으며 위로 할 줄 아는 아이,

세상의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준비 된 아이,

무엇이 따뜻한 것이고 무엇이 차가운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 할 줄 아는 아이,

수분 지족, 지족 상락을 이해 할 줄 아는 아이,

자신을 위할 줄 알며, 때론 주위를 돌아 볼 줄 아는 넉넉한 아이,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등 모든 것에 감사 할 줄 아는 아이,

그런 완벽한 아이로 키워 보내 드려야 함 인데 그렇게 못 함이 진정 많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인 것은

어느새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아빠와 엄마를 깜짝 놀라게도 하는 아이로 커 가고 있더군요.

옳은 것이 무엇이며 그른 것이 어떤 것인가 판단 할 줄은 아는 아이 인 것 같습니다.

사랑이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세상의 이치는 아는 아이 인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는 댓가를 지불 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아는 아이인 것 같습니다.

위로 누가 있고 어떻게 처신 해야 하며, 아래로 누가 있고 또 어떻게 처신 해야 하며, 옆에 누가 있고 또한 어떻게 처신 해야 하는 것인가를 아는 아이 인 것 같습니다.

슬플 때 엉엉 울 줄 알며, 기쁠 때 깔깔대며 웃을 줄 아는 아이 인 것 같습니다.

무엇 보다도 행복한 자기의 삶을 살아 갈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 인 것 같습니다.


아빠와 눈을 마주치며 천륜의 정을 쌓아가고 있던 차에 성큼 다 자란 모습으로 다가와 겁도 없이 아빠가 만들어 준 둥지를 떠나 새로운 삶을 찿아 가겠답니다.

한편으론 대견 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알싸한 마음이 밀물 처럼 짠 하게 밀려 옵니다.


이즈음 제 가슴에 품고 있던 무거운 돌덩이 하나를 보내 드리려 합니다.

애비의 진정 따스한 손길과 에미의 뜨거운 사랑으로 채워진 볼품 없고 못난 그냥 그런 돌덩이입니다.

결코 예쁘기만 한 돌덩이가 아닐 것 잘 압니다만,

정으로 품으시고 잘만 다듬으신다면 꽤 쓸 만 한 돌덩어리가 될 것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3년 03월 어느 까만 밤
오 혜빈이 애비 오 근준 애미 김 수진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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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3

  • 우정욱 2013.03.10 14:14

  • 오근준 2013.03.10 18:07

  • 서병익 2013.03.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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