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너 (ETR Tuner) 이야기

2018.01.20·by 가고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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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익오디오 제품을 사용하면서

난 실로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을 즐기는 것 같다.


LP, CD, PCFi, NetFi, 그리고 Radio...


이 중에서 가장 사용 빈도가 낮은 것이 CD이고 다음이 라디오다.
그러다 보니 쏘나레 Pre와 칼리오페 Power로 구성된 Main HiFi 시스템에는
튜너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비올레타가 있는 안방에 튜너가 있다.

 

이유는... 밤 시간대에 라디오를 즐겨 듣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Main 시스템으로 라디오를 듣는 것이 시간이 아깝고 먹이는 전기가 아까워서다.

 

Bedroom System.jpg

(비롤레타 출력관은 EL34 대신 350C가 꽂혀있고, 사용하는 스피커가 6.5inch 풀레인지 이기에

 고음부족 보완을 위해 튜너는 이퀄라이저에 연결되어 있다.)

 

 


진공관 앰프를 들이기 전에는 26년 간 마란츠 리시버 (SR820DC)를 사용했었다.
그 전에는 80년대에 유행하던 전축을 사용했었고
나름 오디오 공부를 시작하며 전축을 내치고 처음 들인 앰프가
마란츠 리시버 앰프이다 보니 튜너만큼은 신경쓸 일이 없었는데...
진공관 앰프로 시스템을 바꾸고 보니 튜너가 새로운 문제 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진공관 앰프를 처음 들인 때에는...
그동안 꼭 사용해 보고 싶었던 인켈 SAE T102 중고를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T102 구입 시 중고이긴 하였으나 여기저기 옮겨다닌 물건이 아니고
최초 구입자가 SAE를 풀셋트로 구입하여 사용하다 하나씩 처분한 것 중
튜너가 나에게 넘어온 것이다.

 

SAE T102.jpg

 

 


 

그렇게 5년정도 내 곁에서 소리를 잘 내어주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스테레오가 나오지를 않고 주파수가 104Mhz 이상은 아예 잡히지를 않는다.


수신되는 나머지 주파수도 소리가 절반으로 감쇠되어 버리고...
혹시 안테나에 문제가 있나 싶어 바꾸어 보기도 하고
튜너를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며 주파수 수신 위치를 바꾸어 보기도 하였지만
FM 시그널은 Full로 잡히는데 말이다.

 

몇일을 고민하다
뚜껑을 열어 아래 그림에서 처럼 쌍둥이 처럼 붙어 있는 것 중 우측 IFT를 돌려보니...

 

오~~~

 

감도가 살아 났는지 정상적으로 스테레오 신호가 뜨면서 모든 주파수가 수신이 된다.


오호라~~~


살렸구나...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다시 라디오를 켜니...

 


허걱~~


잘 되던 녀석이 주파수가 100.5Mhz 이하로만 잡히고 그 위로는 모두 수신 불가다.

다시 뚜껑을 열어 IFT를 조작을 해봐도 꿈쩍도 않는다...
아무래도 25년이라는 세월에 수명이 다해 부품이 맛이 간 모양이다.

 

T-102.JPG

(철판 테두리 안에 있는 것 들은 절대 손대면 안된다.)

 

이 경우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중고 구입비보다(2만~5만) 수리비가 더 나온다는 말이다.
수리 한다고 해서 얼마나 오래 사용할 지 도 알 수 없는 노릇이고.
꽤 쓸만한 녀석이라 정이 들었었는데... 쩝

 

하는 수 없이 재 구입을 위해 인터넷 중고 장터를 뒤지다 보니
30분 거리의 바로 옆동네에서 중고 튜너가 하나 올라왔다.

 

 


이번에는 롯데 LT-515S 다.

 

LT-515S.JPG

 

 

 

인켈 SAE T102 와 거의 동시에 나왔던 튜너다.
이제품 또한 쓸만한 녀석이기에 바로 달려가 가져왔다.


근데 황당스러운 것이
가져와서 주파수 밀리는 것은 수정을 하였으나 소리 자체가 모노(Mono)다.
시그널 창에는 분명히 스테레오가 정상적으로 수신되는 걸로 나타나는데
들리는 소리는 모노다.

 

아~~ 놔~~~ ㅠㅠ

 

가져오기 전에 주파수가 뒤로 1 밀린다는 건 확인 하였으나
테스트 청음 시 쬐끄만 컴퓨터용 스피커에 물려 테스트를 한 것이 이런 문제가 있었을 줄이야...
반품하러 가자니 왔다갔다 기름 값 하고나면 없다.

 

감도 불량으로 판단...

하는 수 없이 이놈도 직접 손을 봐야겠다고 작정하고 IFT를 기판에서 분리하여 확인을하니

역시 완전히 맛이 갔다.

 

515S_IFT.JPG

 

 

둘 중 하나가 코일이 합선(Short) 상태다.
동일한 부품을 구할려고 여기저기 수소문 하였으나 구할 길이 없다.
IFT는 대체품도 없단다. ㅠㅠ
으~~~

 

IFT.JPG

 

 

모두 수리 포기하고 걍~ 고철처리...

(ETR 튜너는 전원부를 제외하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버리는 것이 상책...!!)

 

그나저나 튜너를 어떡해야 하나...
유럽의 노르웨이 같은 경우 작년부터 아날로그 라디오 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완전히 전환 했다고 하고, 우리 나라도 송출 전 단계까지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TV처럼 라디오도 디지털 방송 시대가 될 것인데...

그렇다고 지금 라디오를 안 들을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구입을 하기는 해야 겠지만....

몇 일 간 3가지 형식의 튜너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 ETR (Electric Tuning Radio) 튜너
  주파수 동조가 바리캡(Varicap)에 의해 이루어 진다.
  현재 생산되는 거의 모든 튜너가 바리캡을 사용한 ETR 튜너이다.
  바리콘 튜너보다 주파수 수신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난청 지역에서는 안테나를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FM 수신이 거의 안된다.
  대신 주파수 저장(Memory) 기능이 있어 채널 전환이 간편하다.

 

- 진공관 튜너
  주파수 동조 방식이 Varicap 또는 Varicon으로 구성되어 있고
  증폭부 부터 진공관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 고가이며, 소리는 일반 튜너보다 제법 고운 음색을 들려 주는걸로 알고 있다.

  형편이 되면 한번 사용해보고싶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Magnum Dynalab, McIntosh, BOGEN 등이 있으며
  Magnum Dynalab에서는 지금도 바리캡 동조 진공관 튜너를 제작한다.

 

- 바리콘 튜너 (Varicon)
  주파수 동조를 기계식 가변콘덴서(Variable Condenser)로 한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으며, 30년 이상된 중고 기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의 ETR 튜너에 비해 S&N 비 가 상대적으로 낮다.
  주파수 밀림 등 고장 발생 시 ETR 튜너보다 상대적으로 수리가 용이하여
  30년 이상 되었지만 여전히 소리가 잘 나며 아직도 거래가 되고 있다.
 

고민고민 하다
더 이상 중고 튜너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장터에 나오는 것들이 거의 20년 이상 된 것들이 대부분이라 언제 고장이 날 지 모르는 일이다.
음질 무시하고 아무 생각없이 듣는 라디오 기기(Tuner)에 당장 수백만원을 들인다는 것 도

형편상 무리이고...
그나마 고장률이 적은 바리콘 형식의 아날로그 튜너는 쓸만한 제품을 쉽게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직접 확인을 하고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채널을 자주 바꾸어 듣는 나에게는 불편하기도 하여 아예 제외 대상이다.

 

 

ETR 튜너로 결정하고 신품 구입을 위해 알아보니
헐~~~
전부 외산 일색인데다 가격이 뻥튀겨져도 너무 뻥튀겨졌다.


나의주관상...


HiFi 오디오의 음질은 기기의 가격이 결정하지 않는다. 에 반하는 상황이다.

 

정말이지 한심 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러다 국내산으로 눈을 돌린 것이...
혹시 인켈에서 튜너를 계속 제조를 하나 싶어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튜너는 더이상 만들지 않는다.

 

그러다 예전 직장에서 잠깐 만지작 거렸던 PA 장비가 떠올라 검색을 해보니..
이게 왠 일...!!
방송장비를 생산하는 Inter-M 에서 튜너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Inter-M TU-6200 Stereo Tuner.jpg

Inter-M TU-6200 Stereo Tuner

 

 

 

 

이 Inter-M 이라는 회사는
1983년 설럽이래 PA 설비만 전문으로 생산한 업체이다.
한 때 인켈(Inkel)과 함께 하며 Inkel PA 로 알려 졌었다.
나 또한 Inter-M 보다는 Inkel PA로 먼저 기억하고 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부담스러운 가격도 아니고 하여 모험 하는 샘 치고 구입을 하였다.


TU-6200소리 성향은...
이전에 사용하던 SAE T102 와 다르지가 않다.
다르다면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기기의 조작 방법도 거의 똑같다.
ETR 튜너가 거기서 거기지 달라서야 되겠는가.

 

제법 들어 줄만한 소리를 내어주는 데다
국내에서 제조를 한 새 튜너를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튜너 문제로 머리 아팠던 그간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버린다.

 

TU-6200_01.jpg

 

 

 


가정용 오디오기기로 제작된 것이 아니고 방송용으로 제작된 것 이기에 아무래도 더 수명이 길지 않을까

기대하며 수명이 다하는 그 때 까지 오래도록 곁에 두어야겠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HiFi 기준을 또 하나 정했다.

 

CD 플레이어와 ETR 튜너는 절대 중고를 들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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