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레노 사용후기, R석 입장권을 선물하다

2012.03.23·by 강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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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기다림과 약간의 설레임을 안고 드디어 우리집 거실에 들여 놓은 쎄레노.

서 선생님의 크나 큰 배려 덕분에 별도의 프리앰프를 설치하고 나서 쎄레노와 연결해 놓고 기대에 찬 마눌님과 함께 전원을 넣었다.  따사로운 EL34 진공관의 불빛과 함께 메탈케이스 전면에 위치한 미터에 푸른 불이 어둑해진 거실 창문 너머까지 푸근한 기운을 자아내게 하는 것 같다.  차이코프스키의 6번 교향곡 "비창"을 넣고 플레이버튼을 누르자, 귀에 익숙한 콘트라베이스의 공허한 화음을 배경으로 바순의 신음하는 듯한 중저음의 어두운 동기가 이어진다. 아니, 그게 아니다. 이건 그동안 들어 왔던 익숙한 동기가 아니다.  거실안에 있는 모든 공기 입자들이 모두 날개를 달고 일제히 날개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려던 나는 엉겁결에 눈을 뜬 채 거실 안을 둘러보다가 옆에서 나와 함께 조용히 눈을 감았던 마눌님의 흥분한 눈과 마주쳤다.

그동안 TR 앰프만을 들어 왔던 내가 그 순간 느꼇던 생각은 딱 하나!
지금까지 우리 집 거실의 콘서트는 S석이나 A석 입장권만 내게 제공했구나, 이제서야 R석 입장권을 가지고 거실의 콘서트를 들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TR 앰프를 통해서 들었던 음악은 악기의 1차 진동에 의한 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었는데, 악기를 구성하는 통의 울림으로 인한 주변 공기의 공명에 의한 소리는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비창의 중저음 동기를 에워싸고 들려오는, 아니 어쩌면 들려오는게 아니라 진동에 의한 울림일진데, 결코 시끄럽거나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가슴까지 진저리치게 만드는 묵직한 울림은 콘서트홀 R석에서나 느낄 수 있는 그런 감동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서 선생님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하시던 결코 풀어지지 않으면서 밀도있는 배음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던 순간이었다.
탄노이 샌드링햄과의 궁합이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샌드링햄은 90dB의 음압감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쎄레노가 선물하는 5극관 모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3극관 모드에서 충분히 청아하고 힘있는 소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무귀환에 의한, 있는 그대로의 증폭으로 자연스런 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축복이었다.   또한 그동안 탄노이가 가진 아쉬움이었던 피아노 음, 마눌림의 표현을 빌리자면 페달을 밝고 치는 듯한 건반음이 쎄레노에 의해 드디어 연주자의 발을 페달에서 떨어지게 하였다.  스털링 보다 비용을 더 지불하고 구입했던 아쉬움이 일시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아직 며칠 되지 않아서 좀 더 에이징을 하고 나면 또 어떤 소리로 변할까 몹시 궁금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쎄레노를 청음한 결과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히면서)

- EL34 특유의 이쁜 소리를 가지고 있다.  (TR 앰프의 칼칼한 소리가 가끔은 그리워지겠지만 ㅎㅎ)
- 중저역대의 울림이 대단하다. 주변의 공기를 모두 울려준다.
- 소리가 풀어지지 않고 모아진다.  음장감이 뛰어나다. 음악이 밀려오면서도 결코 시끄럽지 않다.
- 정위감은 약간 아쉽다.  사실 정위감은 스피커의 성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TR 앰프를 통해서 들으면 연주자의 위치가 여기, 저기 하면서 확연하게 들리는데, 쎄레노를 통해 들으면 정확한 위치 보다는 요오기, 조오기 하면서 파악되는 느낌이다.  (아직 에이징이 덜 되어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 험이나 화이트노이즈가 전혀 없다.  (쎄레노만 켠 상태에서 스피커에 귀를 가져가면 아무런 소리나 울림이 없다)

아무튼 우리집에 R석을 만들어 주신 서 선생님의 역작에 찬사를 보내며, 프리앰프에 대한 배려까지 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있으면 TR 인티앰프를 프리앰프로 개조해서 사용한 실패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모두들 행복하고 즐거운 오디오 생활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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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5

  • 최경수 2012.03.23 17:41

  • 서병익 2012.03.26 17:37

  • 강상욱 2012.03.27 10:14

  • 최경수 2012.03.27 11:26

  • 서병익 2012.04.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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