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형 포노앰프 로샤 SE
CR형 포노앰프 로샤 SE입니다.
지난 16일 완성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로샤 SE를 소개하면서 CR형 포노앰프에 대해 말씀 올립니다.
직경 30cm의 LP에 가능한 한 많은 음악 신호를 기록하기 위해 진폭이 큰 저음은 적절히 줄이고 진폭이 작은 고음은 적절히 늘려 정진폭으로 녹음합니다.
그런데 어느 주파수 대에서 얼마를 줄이고 늘릴 것인가.. 는
각 음반 제조사에서 자신들이 정한 기준으로 제작하다 보니 다양한 기준으로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일일이 어느 음반 제조사에서 제작하였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특성 커브로 설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55년 미국 레코드 공업 협회(Record Industrial Association of America)는 그동안 난립해 있던 다양한 등화특성을 통합한 RIAA 등화특성을 발표합니다.
마침 1955년은 스테레오 LP가 출시되던 해였기에
스테레오 LP는 거의 모두 RIAA 특성 커브로 제작되었습니다.
거의 모두 RIAA라고 표현한 것은 그 당시 변방이었던 미국에서 제정된 기준이다 보니 일부 유럽 음반 제조사에서는 이 기준에 따르지 않고 1960년대 후반까지도 여전히 자신들의 정한 기준대로 제작하였기에 그렇습니다.
RIAA 특성표를 보면 주파수대별로 어느 정도 줄이고 늘리는지에 대해 상세히 표기해 놓았지만,
간략히 표현하면
. 녹음을 할 때는 1kHz를 기준으로 20Hz에서 1/10배(-20dB)로 줄이고 20kHz에서는 10배(20dB)를 늘려 정 진폭으로 녹음합니다.
. 이렇게 녹음된 LP를 재생할 때는 녹음 때와는 반대로 20Hz에서는 10배 늘리고 20kHz에서는 1/10로 줄여 원래의 상태로 복원합니다.
이렇게 주파수 특성을 보정해 주는 것을 이퀄라이저 회로 우리말로는 등화 회로라고 합니다.
등화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증폭기의 부귀환을 이용하는 NFB형과 콘덴서와 저항의 감쇠특성을 이용한 CR형입니다.
그중 부귀환을 이용한 NFB형은 부귀환을 통해 전기적 특성이 개선되므로 증폭기의 성능이 조금 부족해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장점이 있어 양산형 포노앰프에 주로 채용됩니다.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포노앰프 대부분이 NFB형인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CR형은 어떤 장점이 있는 것인가..!!
여기서 한 가지... 모든 CR형 포노앰프의 음질이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CR형은 S/N 비의 향상을 위해 반드시 두 개의 증폭 유닛를 사용하여 구동되도록 설계합니다.
그리고 CR형 포노앰프라고 하여 NFB를 사용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CR형 증폭기가 갖는 음질적 장점을 충분히 취하기 위해 대부분 무귀환으로 설계합니다.
증폭기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즉, 특성이 충분히 좋지 않은 증폭기로 설계된 CR형 포노앰프라면 CR형 방식이기에 음질이 좋아질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CR형 포노앰프 한번 들어 보신 것으로 CR형 방식의 포노앰프를 평가 절하하는 분이 계실 수 있는 것입니다.
CR형 포노앰프는 대부분 NON NFB 방식으로 제작되다 보니
증폭 유닛의 설계가 부실할 경우 음질이 좋아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NFB형은 다소의 설계 미스가 있다 하여도, 부품의 성능이 조금 부족하여도
NFB에 의해 개선될 수 있으므로 양산형 포노앰프에 적극적으로 채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는데
마란츠 포노에 만족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마란츠 포노가 출시될 즈음 많은 제조사에서 NFB 방식의 포노앰프를 출시하였지만, 널리 알려진 마란츠 #7 프리앰프에 내장된 포노가 NFB형이어서 마란츠 포노가 부귀환형을 상징하는 것처럼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당시 큰 인기를 얻은 매킨토시의 C22 프리앰프도 NFB 방식의 포노앰프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NFB 방식의 포노앰프의 고음이 부드럽다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낮은 해상도를 지적하는 분도 계십니다.
증폭기에는 과도 특성이란 항목이 있습니다.
오디오 제원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신호를 얼마나 빠르게 추종할 수 있느냐... 에 대한 특성입니다.
과도특성이 좋은 앰프의 소리가 생동감 있게 들립니다.
과도 특성이 좋은 앰프가 음질이 좋지만, 과도특성을 좋게 하는 회로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얼마나 악화하였는가.. 가 관건입니다.
과도특성을 악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량의 부귀환(NFB)입니다.
NFB형 포노앰프는 부귀환을 증가하여 고음으로 갈수록 이득을 줄이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고음으로 갈수록 과도특성이 저하하여 해상도가 줄어지는 것입니다.
과도특성을 열화시키지 않으려면 부귀환을 적용하지 않으면 됩니다.
CR형 포노앰프가 제작되는 이유입니다.
CR형 포노앰프는 NFB방식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됩니다.
특히, NON NFB 방식으로 제작하다 보니 이론에 입각한 이상적인 실장 기술이 필요하지만, 평면으로 배치되는 PCB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CR형 포노앰프는 흔하지 않은 방식이 되었고 대부분 고가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서병익오디오에서는 NFB방식의 포노앰프는 단 한 대도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제작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방식의 포노앰프를 출시할 수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제가 제작하지 않아도 NFB 방식의 포노앰프는 언제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CR형 방식의 포노앰프는 구입하고 싶어도 제작하는 곳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매우 고가입니다.
로샤 SE의 후면입니다.
두 계통의 입력을 받을 수 있는데 포노1 단자에는 16배의 승압트랜스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주문하신 분께서 0.35V의 중 출력 MC 카트리지를 사용하시어 16배 승압 트랜스를 내장하게 되었습니다.
중앙에는 RCA 출력 단자가 있습니다.
한없이 올라가는 고음에서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높은 해상도로 화사한 현의 음색을 실연처럼 재현합니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유려한 배음과 함께 낮게 떨어지는 풍성한 저음을 들으시면 로샤 SE의 음질적 매력에 심취하실 겁니다.
김강* 선생님의 로샤 SE입니다.
3일간의 히어링 테스트를 거친 후 1월 19일(금) 납품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